사춘기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 부모가 놓치기 쉬운 진짜 이유

부모님들한테서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얘가 요즘 방에만 있어요.”
“사춘기라 원래 그렇잖아요.”

맞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혼자 있고 싶어 하고, 친구들한테 더 마음을 열기도 해요. 그런데 상담실에서 만나보면, 그 뒤에 숨겨진 깊은 외로움이 보여요. 그냥 ‘사춘기라 그렇다’고 넘기기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다

아이가 집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건, 단순히 문 닫고 방에 들어가서 음악만 듣기 때문이 아니에요. 사실은 가족 안에서 “나”로 존재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 외로움이 커집니다.

엄마 아빠가 “너 공부는 했니?”, “게임은 또 하니?” 같은 말만 할 때, 아이는 “나는 성적이나 습관으로만 평가받는구나”라고 느낍니다. 부모가 나쁜 의도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내 마음은 관심 없구나”라는 쓸쓸함이 쌓이는 거죠.

 

 

부모 갈등의 그늘 속에 있는 아이

또 하나 중요한 건 부모 갈등이에요. 엄마 아빠가 자주 다투거나 냉랭할 때, 아이는 그 긴장감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 편에 서고, 또 다른 아이는 아빠 편에 서면서 집안의 균형을 맞추려 하죠.

그런데 정작 본인의 마음은 어디에도 못 둡니다. 부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자기 외로움은 깊은 곳에 감춰두는 거예요.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속으로는 “나는 누구한테도 기대지 못하네”라는 생각이 쌓입니다.

 

 

부모 세대에서 이어지는 정서의 흐름

아이들의 외로움은 종종 부모의 성장사와 이어져 있어요. 부모가 어릴 적에 충분히 지지받지 못했거나, 외로운 경험을 했다면, 그 정서가 현재 아이와의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나는 울면 혼났다”라는 경험이 있는 부모는, 자녀가 눈물 보일 때 무의식적으로 “그만 울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내 감정은 받아들여지지 않네”라며 외로움을 느끼죠. 결국 세대 간에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감정 같지만, 가족이 함께 다룰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1. 있는 그대로 들어주기
   “너 왜 그래?”보다는 “네가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니?”라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방황하는 이유를 당장 고치려고 하기보다, 그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덜 외로워집니다.
2. 적당한 거리 두기
   아이가 부모와 얽히지도, 완전히 끊어지지도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필요할 땐 개입하되, 아이가 자기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주는 거죠. “너를 믿는다”라는 메시지가 아이한테 큰 힘이 됩니다.
3. 부모 자신의 패턴 보기
   아이 문제만 보지 말고,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어왔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내가 불편해서 아이 이야기를 덮어버리진 않았는지, 내 불안을 아이에게 떠넘기진 않았는지 점검하는 거죠.

 

외로움은 성장의 신호다

사춘기 아이가 집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단순히 “나 홀로 방에 있는 모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관계 회복의 기회가 숨어 있어요. 가족이 함께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서로의 거리를 다시 조율한다면, 그 외로움은 새로운 연결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도 배우고, 부모도 성장합니다. 외로움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희망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족치료가 보여주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