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가족구조의 변화와 상담/부모 - 자녀 관계갈등

부모의 감정이 사춘기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카운슬러코리아 김미라상담사 2025. 8. 28. 09:35

“부모의 감정은 사춘기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불안과 화가 대화를 끊지 않도록, 가족치료 시각에서 부모가 감정을 다스리고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1. 부모의 감정은 사춘기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부모가 먼저 화가 나거나, 불안이 치밀어 오를 때가 있죠. 사실 아이가 대화를 피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은 부모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가족치료에서는 이런 과정을 세대 간 정서가 전해지는 흐름으로 봅니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해지고, 부모가 화를 내면 아이는 자기 잘못 때문이라고 오해합니다. 부모가 늘 지쳐 있다면 아이는 대화할 힘조차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춘기 아이는 아직 감정을 다루는 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정서 상태가 거울처럼 비춰집니다.

 

2. 부모의 불안이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를 끊는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대화하다가 속 터져서 “너 때문에 힘들다”, “왜 네가 이 모양이냐” 같은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은 아이를 이해시키기보다 대화를 끊어버리게 만들어요.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문제구나”라는 느낌만 남고, 그 순간부터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한 가지 장면을 떠올려 볼까요. 아버지가 시험을 앞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시험 망치면 인생 끝나는 거야. 알지?”
아이는 “몰라요”라고 대답합니다.
아버지는 성의 없다고 화를 내고, 아이는 결국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겉으로는 공부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아버지의 불안이 아이를 덮친 상황이에요. 아이는 자기 걱정이 아니라 부모의 감정을 받아내느라 더 지쳐버린 겁니다.

부모의 감정이 사춘기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3. 부모가 감정을 다스릴 때 사춘기 대화가 열린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은 아이에게 말을 걸기 전에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잠시 살펴보는 게 필요합니다. 내가 불안한지, 화가 났는지, 지쳐 있는지 스스로 인식하는 거죠. 그리고 아이에게 바로 화내기보다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 다음 말을 건네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를 할 때도 “너 왜 이래”보다 “네가 대답을 안 하니까 내가 불안하구나”처럼 내 감정을 ‘나’로 표현하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결국 부모가 자기 감정을 다스릴수록 아이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마음을 열 준비를 하게 됩니다. 보웬은 이런 과정을 자아분화라고 불렀습니다. 부모가 자기 감정을 다루는 법을 보여줄 때, 아이도 자기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배웁니다.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에서 부모의 감정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가 자기 불안을 줄이고 아이의 속도를 인정할 때, 대화는 조금 늦더라도 다시 이어집니다. 대화가 끊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여전히 연결의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가 막히면 부모는 속이 답답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는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끊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아이는 여전히 부모와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단지 그 방식이 달라진 것뿐입니다.

부모가 자기 감정을 다루고,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기다려줄 때, 대화는 다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혼자서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족상담을 통해 제3자의 시선에서 관계를 조율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상담은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안전하게 꺼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사춘기는 단절의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연결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부모가 그 과정을 지지해 줄 때, 아이는 더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부모 역시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